‘공정하게 실력으로 줄 세우자’는 능력주의 사고는 ‘부모 찬스’ 없이 오로지 본인의 시험 성적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경쟁 시스템을 지향하지만, 실제로 ‘부모 찬스’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작동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정시 확대는 고교 교육이 객관식 문제 풀이에 올인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십대 시절을 객관식 문제 풀이나 하면서 보내게 할 것인가. 정시 확대는 모든 아이들의 지적 역량을 거기에 맞추게 될 것이므로 사실상 자충수에 가까운 정책이다. 길게 보면 자신들을 지지한 계층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이다. 우리 사회가 공정한 사회가 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부모 찬스를 둘러싼 잘못된 공정 담론이 교육정책을 왜곡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